자료/연구및기기 2009. 5. 7. 10:34
[뉴스등록시간 : 2009년 05월 06일(수) 11시 34분 ]

사람․조류 바이러스에 대한 돼지만의 감수성 이해되어야
이번 파동 계기로 돼지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이해 필요

세계적으로 전염이 확산되고 있는 돼지독감으로 연일 언론이 떠들썩하다. 돼지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이번 돼지독감 사태에 있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할 몇 가지 측면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징, 신종 플루와 돼지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의 연관성, 국내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 현황,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간전파의 중요성 및 대유행에서의 역할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돼지독감, SI, 북미독감...연구실 밖의 이름들

먼저 돼지독감에 대한 정확한 명칭부터 알아보자. 이 글에서는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종 플루’로 통일했다.

알 려진 바와 같이 지난 1일 미국과 WHO는 종전 ‘돼지 독감(SI)’이라 명명한 신종 플루의 공식 명칭을 ‘인플루엔자A(H1N1)’로 바꿨다. 우리 정부도 ‘돼지 독감’이라 부르던 이 질병을 ‘SI’로 호명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하루 만에 ‘인플루엔자A(H1N1)’로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

당 초 돼지독감의 명칭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근거한 것이었다. 신종 플루가 처음 문제되었을 당시 CDC가 이 질병의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니 8개의 유전자중 일부가 돼지의 인플루엔자의 유전자와 유사했던 것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8개의 유전자중 6개가 돼지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것이고, 나머지 2개의 유전자가 각각 사람과 조류의 인플루엔자로 부터 유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 유전자는 그 염기배열 상 북미지역에서 유행하는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상동성(相同性, Homology)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잠깐동안 ‘북미 독감’이라는 명명도 등장했었다.
‘북미 독감’이라는 명칭은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 국가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더 이상 거론되지 않게 되었고, ‘돼지 독감’의 명칭 역시 양돈업자들의 거센 항의가 뒤따랐다.

사람과 조류 바이러스 모두에 감수성 띠는 돼지

명칭의 혼동이 보여주듯, 이번 신종 플루의 원인이 오롯이 돼지 자체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에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종과 달리 돼지는 조류의 인플루엔자와 사람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모두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는 사람 및 조류 인플루엔자에 모두 감수성이 있기 때문에 ‘혼합용기(mix
ing vessel)’ 라고 부른다.
사 람의 경우 <2,6> 수용체에만 감염되고, 조류의 경우 <2,3> 수용체에만 감수성을 지니지만, 돼지는 이 두 개의 수용체에 모두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혼합용기(mixing vessel)라고 불리며, 역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 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병원성 획득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끊임없이 재조합되고 돌연변이를 유발하면서 이루어지는데, 조류와 사람바이러스까지 감수성을 지니는 돼지는 바이러스가 재조합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번 신종플루 역시 돼지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조류나 사람유래 바이러스와의 재조합과 돌연변이가 일어나다가, 매우 희박한 확률로 사람 대 사람의 감염능력을 획득한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북미나 유럽,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발생한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는 이같은 3종 혼합바이러스가 매우 흔하게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괴질의 치사율이 높은 돼지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었다는 일부의 인식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발병해온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현재 언론 매체들이 묘사하는 신종 플루는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마치 과거에 SARS가 창궐하던 상황처럼 전혀 새로운 신종 질병인 것처럼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발생하고 있고,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과거부터 계속 발생해 왔던 질병이다.

지 난 1970년대부터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돼지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사례가 많이 보고되어 왔다. 돼지의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이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은 예전부터 인수공통전염병(Zoonotic infection)으로 분리되어왔다.

감 염 케이스 중에 전형적인 돼지인플루엔자 H1N1형 ― 보유 유전자 8개가 모두 돼지로부터 유래된 케이스 - 에 의한 감염이 많았고, 유럽의 감염보고에 의하면 완전히 조류 유래의 바이러스가 돼지에서 감염되고, 이후 사람에 감염된 보고도 있었다. 또한 이번 신종플루와 같이 사람, 돼지, 조류의 유전자형이 모두 혼합되어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사람에서 감염을 일으킨 보고도 있었다.

이 런 보고들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돼지의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될 경우에 치명적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사람 감염 케이스는 주로 돼지와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양돈장 인부들이나 농장주, 수의사들에 주로 국한되어 왔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전파는 그 예가 극히 드물었던 것이 이번 신종플루와의 차이점이다.

신 종플루는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에 의해서 유발되는 독감으로, 콧물, 고열 등의 증세를 보이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서 호흡기로 감염된다.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배출된 분비물이 타인의 코와 입으로 유입되면서 감염되고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람의 손이나 물건에 묻어 있다가 전염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 돼지인플루엔자 백신 연구도 활발

우 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필자는 2003년도와 2007년도에 국내에서 유행하는 돼지인플루엔자 H1N1과 H3N2를 처음으로 분리하고 분석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다른 연구팀에 의해서 H1N2와 H3N1과 같은 아형(亞型)의 분리보고도 이루어졌다.
국내에서 돼지인플루엔자를 연구하는 팀들의 공통적인 결과는 국내 유행 바이러스는 모두 북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Song et al., 2006, Lee et al., 2008).

물 론 국내에서 재조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 북미주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보고이다. 또한 2007년 녹십자수의약품 수의연구소 연구팀이 연구 결과 국내 돼지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체양성율이 아형별로 43.7% ~ 51.2%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에서도 광범위한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이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따라서 돼지에서의 호흡기 질병 발생을 통한 소모성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 또한 재조합을 통해 사람에 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방하기 위해서 백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양돈 산업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이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재 국내백신개발업체 및 다국적 기업에서 돼지인플루엔자 백신이 시판되고 있다.

그 리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감염이 될 경우에 병원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특히 바이러스의 종간전파의 기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녹십자 연구팀에 의해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개에 전염되어 치명적인 질병을 보고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Song et al., 2007, Song et al, 2008), 종간 감염의 예는 인플루엔자의 감염 기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다 과학적인 이해와 주목 필요

아울러 이번 신종 플루 파동을 거치면서 일부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 역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설 혹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돼지일지라 할지라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상 돼지가 도축되는 일령(一齡)에 까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이 수의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또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잔존하더라도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에 오염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돼지는 종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조류와 사람 바이러스에 모두 친화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대유행 (Pandemic)에 대비하여 돼지 인플루엔자에 대한 심도 높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널리 인식될 필요가 있다.

송대섭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 수의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 중 H1N1과 H3N2의 국내 발생보고를 최초로 학계에 발표했으며,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개로 종간 전파되는 것을 확인하여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산업화된 돼지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였으며, 최근 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실무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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