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연구및기기 2011. 7. 29. 10:52

[‘황금알’ 21세기프런티어사업]<1>과학계에 부는 ‘연(硏)테크’

원천기술 개발 ‘꿩먹고’ 로열티 ‘알먹고’

2011년 0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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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억 원.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단 16개가 11년간 기술을 팔아 번 돈이다. 사업단 1개가 올린 최대 매출은 103억4500만 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40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3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 테라급 메모리 원천기술을 개발해 거액을 받고 삼성전자에 넘겼다. 기술을 개발한 핵심 연구자들도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려고 시작한 연구가 과학자에게는 경제적 보상까지 안겨준 셈이다. 원천기술을 ‘돈’으로 만든 사업단의 핵심 연구자들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냉장고를 열자 퀴퀴하면서도 진한 흙냄새가 진동했다. 둥근 샬레(배양접시) 수십 개가 냉장고 한가득이다. 짙은 주황색과 노란색 등 샬레 바닥은 각양각색이다. 홍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방선균(放線菌)이라는 미생물을 키우고 있다”며 “흙 속에 사는 미생물이라 흙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 ‘흙 속의 진주’ 방선균에서 항암제 찾아


방선균 은 ‘흙 속의 진주’로 불린다. 항생제 성분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스트렙토마이신이 대표적이다. 성병 치료제인 테라마이신도 방선균에서 나왔다. 홍 연구원은 “방선균은 대장균 등 다른 균보다 유전자가 많아 생리작용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면서 “(우리가 쓰고 있는) 항생제의 70%가 방선균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방선균은 항암제 성분도 만든다. 독소루비신이 가장 유명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독소루비신은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항암제다. 하지만 독소루비신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손상시켜 환자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시 방선균에서 새로운 항암제를 찾던 홍 연구원은 젤다나마이신이라는 새로운 성분에 주목했다. 젤다나마이신은 미국에서 막 뜨기 시작한 항암제 후보물질이었다. 코산바이오사이언스(Kosan Biosciences·현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라는 미국의 유명한 바이오벤처가 이미 젤다나마이신으로 항암제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홍 연구원은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2002년 사업단에 참여하면서 젤다나마이신을 파고들어 2004년 이 물질의 생합성 경로를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도 젤다나마이신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홍 연구원과 함께 젤다나마이신을 항암제로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홍 연구원은 “젤다나마이신의 단점은 간 독성이 매우 강한 것”이라면서 “방선균에서 독성을 일으키는 부분을 생산하는 유전자만 제거한 뒤 이 자리에 새로운 화합물을 붙이는 방식으로 독성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2008년 이 기술을 4억4000만 원에 샀다. 홍 연구원은 5%인 2200만 원을 로열티로 받았다. 그는 “기술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현재 젤다나마이신을 유방암, 대장암, 전립샘암 등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1상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1상 임상시험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물질의 성능 안전성 등을 검사한다. 임상시험이 진행될 때마다 홍 연구원은 단계별 러닝로열티를 따로 받는다. 그는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걸리는 연구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프런티어사업단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 CCTV로 수위 찍고 GPS로 유속 측정해

김 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수자원의지속적확보기술개발사업단)은 수문학(水文學·hydrology)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10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계약금은 약 10억 원. 상극(相剋)이라고 여겨졌던 물과 전자기기를 합친 게 비결이었다.

아이디어는 자동차 과속 감시용 카메라에서 얻었다. 과속 감시용 카메라는 자동차의 번호판을 찍은 뒤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이용해 번호를 읽어낸다. 김 연구위원은 하천의 수위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같은 방식으로 판독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교각에 눈금 표를 설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달아 촬영하면 사람이 현장에 가지 않고도 수위를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능형교통시스템 기업인 하이테콤시스템과 머리를 맞대고 1년 만에 영상수위계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교각의 눈금 표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기도 했다. 어두워지면 CCTV가 눈금 표를 찍어도 숫자가 잘 안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눈금 표 전체를 LED로 바꿨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하천의 유속을 측정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부표 안에 GPS 수신기를 넣어 하천에 던져 놓으면 GPS 수신기가 받은 데이터를 무선(RF)통신으로 연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몇 년간 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비만 오면 밤낮 가리지 않고 충북 괴산군 칠성면 괴산댐으로 떠났다”면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오니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참고자료]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10729100000000159&classcod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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