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교육및강의 2010. 1. 22. 00:10
인간 의식 파일로 저장… "꿈같은 과학기술 상용화가 목표"
맞춤형 인공 장기…
NASA 에임스연구센터내문열어 교수진 각 분야 최고 전문가 포진
감당 못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미리 대비해 '미래 혼란' 차단도
3D 프린터 활용한 건축 산업 등 교수·학생·기업가들 활발한 연구
미래 인재의 양성소, '특이점 대학'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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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singularity)은 사전적 의미로 특정 대상과 특별히 다른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적 의미는 다르다.

인간의 사고능력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기술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순간, 즉 과학기술이 인간의 사고를 초월하는 순간을 말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에 들어선 '특이점 대학'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특이점을 예견하고 인류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이곳의 학생들에게는 현존하는 과학기술을 활용, 10년 내 10억명의 인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과학기술의 상용화가 목표로 부여된다.

지난해 여름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내에 문을 연 특이점 대학은 강의실 풍경부터 이색적이다.

교수들은 인간의 정신을 파일로 백업받아 저장할 수 있다거나 나노 기술로 모든 질병이 정복된 세상을 말한다. 맞춤형 장기와 인공사지(四肢)가 개발돼 장애가 사라진 꿈같은 세상도 언급한다.

하지만 이렇듯 전위적인 발언에도 학생들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특이점 대학에서는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 친화적 미래학자로 유명한 레이 커츠와일이 이 대학 총장임을 감안다면 이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커츠와일은 지난 2005년 '특이점이 온다-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라는 저서에서 오는 2029년이 되면 컴퓨터 지능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며 2045년에는 인간의 의식을 기계에 업로드해 영원불멸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사실 특이점 대학의 설립 역시 국제우주대학과 X프라이즈 재단을 설립한 피터 디아맨디스가 이 책을 읽고 특이점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인식, 커츠와일과 의기투합해 일궈낸 결실이다. 이곳에서는 죽은 사람의 DNA로 그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을 포함해 그 어떤 아이디어도 환영받는다.

이를 보면 특이점 대학은 마치 몽상가들의 비현실적 토론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교수진만 봐도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튼 서프에서 천재 게임 개발자인 윌 라이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학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13개국에서 온 40명이 300대1의 경쟁을 뚫고 첫 입학생으로 선발됐는데 명문대 교수, 학생, 대기업 임원, 벤처 기업가가 대다수다. 현 이스라엘 대통령과 캐나다 수상의 자문관도 포함돼 있다.

# 다가올 미래의 예측

이들이 단 9주 동안의 교육에 2만5,000달러를 지불하며 입학한 목적은 하나다. 특이점, 다시 말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예측이다.

특이점 이론에 따르면 언젠가 인공지능ㆍ생명공학ㆍ로봇공학 등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이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한 국가와 사람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특이점 연구는 미래의 혼란을 막는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무방비 상태에서 특이점을 맞으면 인간이 과학기술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설립 당시 구글이나 글로벌 벤처캐피털인 이플래닛 등이 기꺼이 거액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NASA가 에임스연구센터의 건물 2동을 무상으로 대여해준 것도 이 같은 특이점 예측의 중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특이점이라는 주제의 특성상 자칫 현실성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특이점 대학에서 막연한 전망은 통하지 않는다. 모든 교육내용과 커리큘럼은 철저히 현실과 이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미래 예측은 사실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이점 대학이 학생 선발시 전문성과 현실적 안목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재를 두루 뽑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인재들을 한자리에 모아 현실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바람직한 발전 방안과 향후 예상되는 문제들의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특이점 대학은 이렇게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세계에서 상용화하는 것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 10의 9승 프로젝트

'10의9승 프로젝트'는 이 같은 특이점 대학의 실용지향적 교육의 상징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특이점 대학의 학생들은 입학 후 3단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1단계에서는 인공지능ㆍ나노기술 등 급격한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과학 분야의 권위자들에게 하루 10시간씩 강의를 듣고 2단계로 자신이 원하는 특화된 교육 코스를 택해 심화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 10의9승 프로젝트를 모든 학생이 수행하게 된다.

명칭에서 연상되듯 이 프로젝트는 향후 10년 내 10억명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주제는 4개 팀 10명의 팀원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지만 반드시 실현 가능한 과학기술이어야만 한다.

9주의 교육만으로 과연 가능한 과제일까. 이것이 바로 특이점 대학의 경쟁력이며 이제 갓 출범한 새내기 학교에 전세계 미래학계가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학생들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는 유명 벤처투자자들이 참석할 만큼 현실적이고 사업성 높은 혁신적 아이템들이 넘친다. 지난해 학기 시작 후 첫 달에만 4개의 회사가 창립됐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겟어라운드와 3D 프린터 건축 아이템은 가장 대표적 성과물로 꼽힌다. 먼저 겟어라운드는 일종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다. 차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이폰으로 인근지역의 유휴 차량을 검색,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카드키로 차량의 문을 열 수 있고 이용료와 주유비는 추후 청구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만날 필요가 없다. 이와 유사한 집카 서비스가 이미 상용화돼 있지만 집카는 렌터카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반면 겟어라운드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겟어라운드 아이템을 제시한 팀은 이를 통해 대다수 차량의 이용률을 90%까지 높여 막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 이틀 만에 짓는 집

3D 프린터 건축 역시 독창적이다. 대형 3D 프린터를 활용해 건물의 외벽ㆍ토대ㆍ지붕을 찍어냄으로써 아직도 노동집약적 공정에 의존하는 건축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게 핵심. 3D 프린터란 3차원 입체로 출력물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 아이템을 제시한 팀의 팀원이자 하버드 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마고 립트신에 따르면 3D 프린터를 이용할 경우 건축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70%를 낮추면서 폐기물 발생량도 제로로 만들 수 있다. 컴퓨터가 모든 작업을 처리하기 때문에 오차가 전혀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특히 3D 프린터 건축은 건축기간의 단축에 일대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 이틀 만에 가정집 한 채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이면 웬만한 전원주택 단지 하나를 조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건축비 절감이 가능함은 물론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건물의 토대와 지붕을 3D 프린터로 뽑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팀원들은 이 아이디어가 절대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금도 로보 빌더라고 불리는 3D 프린터로 건물 외벽을 인쇄해 생산하는 콘투어 크래프팅 기법이 상용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팀은 현재 콘투어 크래프팅 기법의 창안자인 서던 캘리포니아대 베록 코슈네비스 교수를 영입, 아이디어의 개량에 나선 상태다. 또한 사업화를 위해 1,000만 달러의 벤처자본 조성에도 돌입했다.

이외에 PDA를 기반으로 재난 대처 시스템을 내놓은 팀, 그리고 2G 무선 네트워크에서 응용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한 플랫폼을 내놓은 팀도 사업화를 위한 벤처자본 조성에 들어간 상태다. 특이점 대학은 이들이 3~5년 내에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이점 대학의 영향력은 학생들의 각종 사업을 통해 이어질 것이다. 또한 졸업생들의 인적 네트워크로 증폭될 가능성도 크다. 특이점 대학은 학교에 대한 대내외적 기대에 부응해 올해 입학생의 규모를 120명으로 크게 늘려 선발할 계획이다.


posted by wizy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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