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교육및강의 2008. 11. 25. 19:46
“학문융합에 도전” vs “학부생에겐 무리”

교수가 소수학생 팀별 지도… 방학때 통섭 세미나

“특혜지원으로 서울대 속 서울대 만들것” 지적도



서울대가 문·이과 교차수강 의무화와 토론식 수업 등을 자유전공학부에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의 통섭(학문융합) 흐름에 맞게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한 것.

하지만 일부 교수 사이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학부 수준으로는 무리여서 자칫 어설픈 ‘제너럴리스트(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사람)’를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를 위한 자유전공학부 설명회’를 이달 19일 열고 내달 1일 평의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자유전공학부 교육과정안’을 처음 공개했다.

자유전공학부는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신설로 없어지는 법대와 의대 정원을 흡수해 올해 신설된 학부. 정시와 수시를 합쳐 157명을 뽑으며 다음 달 13일 수시 합격자를 발표한다.

교육과정안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는 ‘경계를 넘어 미래로’라는 공식 슬로건을 내걸고 교양, 전공, 특화 수업에서 학문융합에 주안점을 둔다. 이에 따라 교양과정에서 고교 문과 출신은 △수학 △물리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이과 출신은 △글쓰기 △논리와 비판적 사고 △사고와 표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강명구 기초교육원장은 “문·이과 학생들이 서로 취약한 상대 학문을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다”고 밝혔다.

자유전공학부만의 정체성을 살릴 특화교육으로는 ‘주제탐구 세미나’와 ‘캡스톤(capstone) 설계’가 도입된다. 주제탐구 세미나는 방학 때 교수와 학생이 모여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뛰어넘는 통섭 영역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수업. 영어 강의를 곁들일 예정이다.

캡스톤 설계는 학부 전임교수들이 소수의 학생들로 구성된 2, 3개 팀을 각자 맡아 수년간 이들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와 졸업논문을 지도해 주는 제도다. 담당 지도교수는 학생들의 전공 설계에 대한 조언까지 맡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설명회에 참석한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들 상당수는 △학부 수준에 무리인 ‘융합학문’ 강조로 어설픈 제너럴리스트 양산 △학내 위화감 조성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준비과정으로 전락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규(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자유전공학부 교과과정은 문·이과를 망라하는 융합학문 개념으로 학부생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며 “융합학문은 대학원에 가서 시도해도 늦지 않으며, 학부생은 우선 전공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연수와 특화된 교육과정 등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편파 지원이 자칫 ‘서울대 안에 서울대’를 만들어 학내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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