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교육및강의 2009. 3. 30. 16:54
기업 인사담당자들, 대학 교육에 바란다
"요즘 학생 人性도 전공 지식도 부족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키워달라"
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대졸 신입사원 뽑아서 현업(現業)에 제대로 투입하려면 2~4년이 걸립니다."

대학생 취업 선호도 최상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의 정태영 인사담당 상무는 "신입사원을 현업 투입할 수 있게 훈련시키려면 1인당 1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 년 상반기 채용 시즌, 신입사원 선발에 나선 기업들은 대학 교육의 인재 공급 시스템이 안일하다고 아우성이다. 현실적이고 과감한 산·학 연계 교육을 요구하면서 일부에선 아예 대학 1학년부터 취업 수요에 맞춰 전공과목을 배우게 하는 '맞춤형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 배출에만 최종 목표를 둘 수는 없다. 건전한 시민으로서 인성(人性)이며 인문학적 소양, 올바른 역사·사회 인식 등도 학교 교육이 포기하면 안 될 가치들이다.

그 러나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들 절대다수의 종착역은 기업이란 점에서 대학은 기업들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교육의 소비자인 기업들이 교육에 바라는 것을 10개 기업(익명 요구 포함) 인사 담당 임원을 통해 들어봤다.
◆획일적 인재만 쏟아낸다

신세계백화점 최중섭 상무는 "높은 학점, 높은 어학 점수, 적당한 연수 경험과 봉사활동, 비슷비슷한 스펙(조건)의 획일적 학생들만 배출되다 보니 기업은 도리어 비슷한 인재들을 변별하느라 생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정준수 상무는 "기업은 잡다하고 얇은 지식을 원하지 않는데 지금 대학은 너무 통합적으로 과목을 묶고 있어 톡톡 튀는 개성을 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바깥세상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급변하는데 우리 대학은 열정적이고, 창의적 인재보다 낙오하지 않을 인재 키우기에 매달린다는 불만인 것이다.

신한은행 박찬 부행장은 "신입직원들이 뛰어난 어학 실력과 전문 자격증을 갖췄다지만 정작 현업에서 창의적으로 응용하지 못하는 게 바로 우리 교육의 문제"라며 "점점 다양화·복합화되는 금융 기법과 금융 상품 앞에서 우리가 고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종완 상무는 "이론과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는 창의성과 리더십을 개발할 수 없어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성도, 전공 지식도 부족하다

많 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공교육이 겉으로는 인성 교육을 위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신입사원을 뽑아보면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인력보다 더 심한 개인주의, 희생이나 봉사를 형식적으로 이해하는 모습 등이 인턴 채용이나 심층 면접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외제약 한상진 인사부장은 "지금 기업들은 높은 토익 점수나 학점보다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으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전인(全人) 교육을 지향하는 것인지,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목적이 불명확한 게 문제"라고 했고, GS홈쇼핑의 조상구 상무는 "인재를 뽑으면 업무에 곧바로 투입하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인성과 태도 같은 기본 소양이 빼어나지도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 윤동준 상무는 "신입사원 면접을 해보면 전공 지식이 너무 피상적이고, 대학 내내 영어 공부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인력 수요와 겉돈다

익명의 한 임원은 "학과 이름만 바꾸면 산업계 요구에 응하는 건가. 너도나도 학과 이름에 '바이오' '나노' 등을 갖다 붙이지만 내실 있는 교육 과정 변화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디.

신한은행 박찬 부행장은 "학문하려는 학생과 취업하려는 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 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움의 선택권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KT 정준수 상무는 "노동시장의 표준 직무 분류를 다시 해 대학의 학과 과정도 재편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 대학 교육 과정은 기업의 인력 수요와 겉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임원은 "대학이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insight·통찰)를 제대로 던져주는지 반문하고 싶다"면서 "대학생 인턴사원들은 기업에 와서 대학 시절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 학들이 변화하려는 노력 자체에 대해선 대부분 임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신세계 최 상무는 "인턴십 학점제를 도입하고, 중복 복수 전공을 허용하거나 외국어 필수학점제 도입 등 대학 사회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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