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교육및강의 2009. 2. 4. 11:12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36년간 심장전문의로 일한 의사 출신이다. 수많은 환자를 진료한 명의답게 7년째 총장직을 맡아 차분히 대학의 환부와 군살을 도려내 건강한 캠퍼스로 바꿔놓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총장집무실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서 총장은 조목조목 자신의 ‘실사구시’ 교육철학을 설명했다. 전국 상위 1% 학생을 뽑아 맞춤형 교육을 시켜 세계 기업들이 서로 끌어가려 경쟁하는 ‘명품 인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2012학년도 수시 계열별 고사 방침은 성균관대가 처음 밝힌 것이다.

“ 세 가지 입시 원칙이 있다. 수험생 혼란과 부담 최소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최적화, 학습능력·재능·적성을 평가하는 특성화 원칙이다. 수시에서 계열별 고사를 보고, 정시에서 수능과 내신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현행 제도와 같다. 수시·정시 모집 비율도 5대5 그대로다. 수험생 입장에선 달라질 게 없다. 계열별 고사는 전공별로 수험생들의 열정과 재능을 평가하자는 취지다.”

-올해부터 학과별 모집이 가능해지는데 왜 계열별 모집을 고집하나.

“ 학부제도 문제는 있지만 학과별 모집의 폐해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과별로 모집했을 때 학생의 절반 이상은 전공에 불만이 있었다. 학부제를 통해 최소한의 선택기회는 줘야 한다.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까지 뭉치는 통섭시대에 옛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학과 이기주의다. 인문학과 순수과학을 지원할 방안도 필요하다.”

-연세대가 대학별 고사를 치르겠다고 밝혀 ‘본고사 부활’ 논란이 있었다.

“ 김한중 총장이 마치 3불(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깨는 주역으로 공격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3불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없어져 이미 깨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과감한 입시안을 들고 나온 김 총장을 격려하고 싶다.”

-고려대는 수능 5배수 1차 선발 후 학교장 추천과 활동경력 등을 반영해 뽑겠다고 했는데.

“ 두 학교의 입시안이 상충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정시 위주로, 연세대 김 총장은 수시 위주로 설명해 다르게 보일 뿐이다. 2012년 대입 완전자율화에 따라 각 대학이 책임을 지고 우수학생 선발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본철학은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간다.”

-198개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두 대학의 입시안에 곤혹스러워 했다는 얘기가 있다.

“ 이번만큼 조심스러운 인터뷰는 처음이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이 전화를 걸어 “대교협 방침을 중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부탁까지 했다. 이해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학운영이 자율화되고 자유경쟁 체제가 돼야 교육이 발전한다고 믿는다. 정부가 대입업무를 대교협에 넘긴 것도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교협 방침에 따라 모든 대학의 입시가 결정되면 과거 정부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다. ”

-그렇다면 대교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자율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범위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대학이 따르지 않겠는가. 대교협이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입시안을 결정하리라 믿는다.”

-입시안이 바뀌면 사교육이 출렁인다. 대학 책임 아닌가.

“ 대입이 사교육 책임을 많이 떠맡고 있는 부분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축구·태권도·피아노까지 사교육을 받는다. 대입 때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게 학부모 마음이다. 그런 것을 공교육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수험생 부담이 크니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해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을 삼갔으면 좋겠다. 수능이나 내신, 혹은 특정 재능과 창의력을 인정해주면 공교육도 숨 쉬고 사교육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 색깔이 없다는 일부 지적이 있다. 자존심 문제 아닌가.

“(손 사래 치며) 거 참…. 국내 대학과 씨름 않고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와 경쟁하는 것이 우리 색깔이다. 상위 1% 학생을 유치하고 특성화된 학과를 통해 우수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를 비롯한 유력 대학과의 복수학위제도 확대할 계획이다. 어느 대학이 ‘아이비리그’ 대학과 복수학위를 준다고 생각해 보라. 그 대학이 서울대보다 못할게 뭐가 있겠나.”

-상위 3개 대를 뛰어넘을 자신이 있나.

“SKY(서 울대·고려대·연세대)라는 단어는 없어져야 한다. 세 대학에 못 들어가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낙착되고 독점적인 기득권을 보장하는 듯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사실 4년제 대학이 못 따라가는 우수한 전문대가 얼마나 많나. 성균관대는 SKY를 뛰어넘어 진정한 교육과 연구를 실천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1등을 하는 것도 많다.”

-1등 하는 분야를 소개해 달라.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한국교육의 경쟁사회 요구 부합도를 조사대상 55개국 중 53위로 평가한 사실은 중요하다. 당장 써먹을 수 없는 사람만 배출했다는 증거다. 우리는 그런 나태함을 깨고 있다. 100% 영어 수업을 하는 글로벌 경영·경제학과와 휴대폰학과·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와 임베디드소프트웨어학과, 초고층·장대교량학과도 국내 유일의 특성화 학과다. 세계 여느 대학과 경쟁해도 자신 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역시 교수가 중요하다. 교수 평가는 어떻게 하나.

“ 우리 학교는 교수 업적평가를 가장 빨리 시작했다. 교육에 대한 기여, 연구 봉사 등을 교수 승진에 필요한 요건으로 만들어놨다. 특히 전공별로 1년에 내야 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편수를 의무화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교수 임용과 관련, 정부는 특정 대학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했지만 우리는 60%로 선을 그었다. 인브리딩(동종교배:자교 출신을 교수로 임용하는 일)을 안 하는 게 원칙이다.”

-청진기를 놓고 7년간 총장으로 일했다. 스스로를 평가하면.

“ 삼성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1996년 이후 연간 90건이던 SCI 논문 수가 2007년 1768건으로 늘었다. 397만원에 불과하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550만원이 됐다. 2002년 164명이던 수능 1% 이내 학생 수는 2008년 559명으로 늘었다. 모든 성과는 총장의 것이 아닌 교직원들 몫이다.”

-3월부터 학생이 된다고 들었다.

“(겸연쩍어 하며)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게 1973년이니까 36년 만에 학생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총장 임기는 내후년까지지만 올해 정년이 끝나다 보니 허전한 생각이 들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유학대학원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

-20여 년 전 고(故) 성철 스님으로부터 천봉(千峰)이라는 법명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 걸 어떻게 아느냐며) 치료차 성철 스님을 찾아뵀다가 말실수를 했다. 법명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하루에 3000배를 하면 지어주겠다고 하셨다. 그때 내 나이가 40대 후반이었다. 3000배가 뭔지도 모르고 덜컥 ‘예’하고 말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쉬지 않고 했다. 108배씩 30번을 했으니 3000배를 넘게 한 셈이다. (껄껄 웃으며)그만큼 건강하다.”

정리=이원진·이종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1943 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의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내과학 전공)를 받았다. 75∼97년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의대 부학장 등을 역임했다. 97년부터는 성균관대 의대 학장으로 재직하며 성균관대 의과대학의 기틀을 세웠다. 2003년 2월 총장으로 선출됐으며 2007년 18대 총장에 재선임됐다. 5형제 중 장남으로 동생 두 명과 그들의 부인이 모두 교수인 ‘학자 가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과 대한내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 특성화 전공 휴대폰학과·초고층학과 … 100% 영어 강의도

 ‘휴대폰학과’ ‘초고층·장대교량학과’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



2006 년 성균관대에 신설된 학과 중에는 이름이 특이한 것이 많다. 인문학이 주요 강점이었던 성균관대를 첨단 산업 분야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학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서정돈 총장이 내놓은 작품이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 올려 입사 기회를 보장하고 기업의 재교육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석·박사 과정인 휴대폰학과에서는 기기 재료,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휴대전화 제작에 필요한 실용적인 지식을 배운다. 반도체 개발인력을 양성하는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과 함께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일명 ‘두바이학과’로 불리는 초고층·장대교량학과는 삼성물산과 손잡고 건축·토목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삼성물산은 최근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와 ‘영종대교’ 등 초고층 빌딩과 초장대 교량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다.

올해 9월에는 에너지과학학과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가 신설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카를로 루비아 등 국제적인 석학을 대거 유치해 녹색기술과 인지과학 분야의 원천기술을 개발할 전문인력을 키우는 게 목표다.

성 균관대의 또 다른 특성화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100% 영어 강의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와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는 글로벌 경영학과에 이어 3월에는 경제학과가 신설된다. ‘수능 상위 1% 4년 전액 장학금’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이 학과에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렸다. 경영전문대학원 ‘SKK-GSB’의 MBA 과정은 미국 MIT·인디애나 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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